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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애진 변호사(법무법인 시대로)
1. 사실관계
고인은 진단일 기준 만 57세 남성으로, 1988년 소속 사업장에 입사해 2022년 9월까지 33년 9개월간 도금강판 생산 현장에서 근무했다. 입사 후 약 24년간 니켈·크롬·동·주석 도금 3개 라인을 순환하며 도금 업무를 직접 수행했고, 이후 약 10년은 반장으로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했다. 2016년에는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작업환경은 55~60℃ 고온의 도금액이 중탕 상태로 유지되는 밀폐 공간이었다. 탈지(수산화나트륨)·산세(황산·염산)·도금(크롬·니켈 골드몽 ·구리·주석) 각 공정에서 국제암연구기관(IARC) 1군 발암물질인 6가크롬화합물, 니켈화합물, 황산 미스트가 지속적으로 발생·비산했으며, 2014~2016년 작업환경측정 결과에서도 이들 물질이 반복 검출됐다. 안전보호구는 입사 후 7~8년이 지난 1990년대 초에야 지급되기 시작했다.
고인은 2022년 8월 말 복통을 호소하다 CT·PE 10원야마토게임 T·MRI·조직검사·NGS검사를 망라한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원발부위는 끝내 확정되지 않았다. 최종 진단명은 '원발부위 미상암(C80.0)', '림프절·뼈·폐 전이'였다. 종양내과 두 주치의는 각각 "원발 장기로 상부위장관, 췌담도계, 폐가 우선 고려된다"는 소견과 "원발부위가 폐 부위(폐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고인은 완화항암치 야마토게임방법 료에도 호전 없이 2023년 3월9일 사망했다.
2. 직업성 암의 특성, 공단의 재해조사 및 판단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 지침에서는 직업성 암을 직업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거나, 특정 직업군·산업·직무에서 일반인보다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업무에 상당 기간 종사한 후 일정 잠복 사아다쿨 기를 거쳐 발생한 암을 직업성 암으로 본다. 특히 폐암과 같은 고형암은 일반적으로 잠복기가 1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발암물질에 대한 장기간 또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노출이 있는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법·제도는 이러한 직업성 암의 특성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 오징어릴게임 험법)상 업무상 질병 인정 체계는 예시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행령 [별표 3] 10호 마·바목은 니켈 화합물 및 6가크롬에 노출돼 발생한 폐암을 열거 질병으로 규정하며, 13호는 열거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고인의 진단명인 '원발부위 미상암'이 별표에 열거돼 있지 않더라도 이는 조사를 생략할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일반 법리에 따른 상당인과관계 판단을 더욱 신중히 해야 할 이유가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재해조사의 결정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22조 및 요양업무처리규정 9조가 예정하는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필요성 자문' 절차에서 자문위원회는 "원발부위 미상의 암으로 진단명이 특정되지 않아 전문조사의 실익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단은 이를 그대로 수용해 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를 포함한 어떠한 업무관련성 전문조사도 시행하지 않은 채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에 사건을 심의·회부했고, 판정위원회는 전문조사 없이 수집된 자료만을 근거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판단을 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1차 심의(2023년 9월)는 발암물질 노출력을 인정하고 "원발부위를 특정하지 않더라도 암의 발증은 업무관련성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한 반면, 2차 심의(2023년 10월30일)에서는 "폐암 근거가 미미하고, 의무기록상 담도·소화기암에 가까운 원발부위 미상 종양으로 보이며, 작업 노출력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입장을 번복했다. 공단은 2023년 11월9일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고,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도 2024년 5월8일 재심사청구를 기각해 유족(원고)은 서울행정법원에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3. 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원고 주장과 법원의 판결
원고는 두 가지 논거를 제시했다. 첫째, 주치의 소견 및 사후 부검 코호트 연구(원발이 폐인 경우 27%로 최다)에 비춰 원발부위는 폐라고 추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원발부위를 폐로 본다면 시행령 [별표 3] 10호 직업성 암의 마·바목 열거 질병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둘째, 설령 원발부위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IARC 1군 발암물질 다수에 33년 이상 복합·누적 노출된 사실만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돼야 하며, 전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과관계 증명의 책임을 오롯이 재해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형평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먼저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은 의학적·자연과학적 명백성을 요하지 않고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른 합리적 추론으로 족하며, 작업환경에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체질·기초질병 및 다른 유해요인과 결합해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대법원 2025. 1. 9. 선고 2024두45979 판결 등)를 재확인했다.
구체적 판단에서는 ① 34년의 장기 도금업무와 발암물질 노출, ② 2014~2016년 측정치는 당시 상황만을 반영할 뿐이고 입사 초기 산업보건 관리 수준이 현재와 달랐다는 점, ③ 반장 전환 후에도 패널·미닫이문 구조의 운전실에서 유해물질 완전 차단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점, ④ 저농도 니켈·크롬 노출에서도 폐암 위험이 증가한다는 역학 연구, ⑤ 주치의 소견과 부검 통계에 비춰 폐암일 개연성이 규범적으로 높다는 진료기록 감정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법원은 원발부위 미상암이 시행령 [별표 3]에 규정되지 않은 이상 원고가 일반 법리에 따라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지위에 있음을 전제하면서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피고가 조사·수집한 자료가 인과관계 판단의 핵심 자료가 된다고 설시했다. 그런데 피고는 전문조사를 시행하지 않아 그 자료 자체가 확보되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주요하게 지적하며 "근로자 측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불이익을 귀속시키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4. 판결의 의의
산재보험법 117조·118조, 같은 법 시행규칙 22조, 산업안전보건법 141조는 근로복지공단에 사업장 조사, 업무관련성 자문, 역학조사 요청 권한 등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제도들이 "근로자측의 입증 부담을 사실상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헌재 2015. 6. 25. 선고 2014헌바269).
그런데 이 사건에서 공단은 "원발부위가 특정되지 않아 전문조사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 필요성을 부정했다. 인과관계 판단에 필수적인 자료를 수집할 권한과 능력을 갖춘 공단이 그 행사를 방기한 이상, 그로 인한 입증 실패의 불이익을 재해자 측에 전가하는 것은 위 제도들의 존재 이유와 정면으로 모순된다.
원발부위 미상암은 모든 표준 검사를 동원해도 원발부위를 확정할 수 없다는 점이 질환의 특성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작업환경과 유해물질 노출 이력 등에 관한 전문조사가 필요했다. 그런데 공단은 원발부위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문조사를 생략하고, 역설적으로 그 원발부위의 불특정을 불승인의 근거로 삼았다. 이는 현재 의학 수준으로는 누구도 밝힐 수 없는 사실을 재해자측에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법원은 이것이 증명책임 배분 원칙상 형평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실무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원발부위 미상암처럼 의학적으로 인과관계 규명이 어려운 사안일수록 전문조사 권한을 가진 공단의 역할이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공단이 그 역할을 다하지 않은 채 불승인 처분을 하고, 구제 절차에서도 재해자측의 입증 실패를 이유로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것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해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산재보험법의 입법 목적에 반한다. 이 판결이 앞으로 직업성 암 판정 실무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